
지지율 34%, 중간선거 돌아선 민심
오늘 밤, 미국 전체가 숨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평소라면 우리나라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임기 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유권자 10명 중 7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물가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미국 내부 정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와 환율, 심지어 금값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오늘은 미국 중간선거가 정확히 뭘 뽑는 선거인지부터, 지금 분위기는 어떤지, 결과는 언제쯤 확인할 수 있는지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려고 합니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 건 아니고, 연방 하원 의원 435석 전체와 상원 의원 100석 중 일부를 새로 뽑는 선거입니다.하원은 법안을 처음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고, 상원은 그 법안을 다시 심사하고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이나 대법관 등을 승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쉽게 말해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혹은 반대로 뭐든 밀어붙일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의회 구성입니다.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견제할 사람들'을 뽑는 선거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달 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4%에 그쳤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유권자 68%가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와 생계비 대응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점인데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서는 이 불만 비율이 77%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유가가 오르고, 그 영향으로 장바구니 물가까지 덩달아 뛴 게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중간선거 이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권자들은 '물가 하락과 경제 회복'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들였던 이민 문제는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합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에 들어간 비용이 미국이 벌어들인 부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주장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며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인데, 과연 이 전략이 통했을지는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루쓰나미 진짜올까, 결과는 언제나오나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 쓰나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선거 하루 전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상원 다수당 구도를 가를 주요 경합지역 7곳 가운데 6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측시장에서도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을 75% 안팍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다만 이런 여론조사는 실제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 방송사인 폭스뉴스 시청률이 1년 전보다 28%나 급감했고, 반대로 CNN 시청자는 19%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뉴스를 챙겨보는 시청자들의 민심 흐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로 해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미국 중간선거일은 현지시간으로 11월 3일, 한국시간으로는 4일 오전부터 주요 지역 개표가 순차적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바로 '당선 확정' 소식이 뜨는 건 아닙니다. 주마다 우편투표와 사전투표를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서, 하원 결과는 수일, 상원처럼 접전 지역이 많은 경우에는 길게는 수주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개표 초반에는 특정 정당이 앞서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름이 뒤바뀌는 '신기루'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하니, 초반 결과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동부 경합지역 개표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물가와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공화당 후보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정부 내 부패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하루 앞둔 연설에서 이번 선거를 '우리 생애 가장 중요한 중간선거'라고 표현하며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거듭 호소했습니다.
개표 결과가 완전히 정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선거가 물가, 전쟁, 그리고 글로벌 증시까지 연결된 큰 분기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며칠간 발표될 개표 소식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한국 증시는 왜 긴장할까
코스피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5700선대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낙폭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크게 흔들렸는데,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관련 규제 우려가 선거를 앞두고 부각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가져가면 태양광, ESS, 전기차 같은 친환경 에너지 업종에는 정책 지원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대로 JP모건 같은 투자은행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AI 관련주에는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환율 쪽에서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달러 인덱스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국제 금값이 오전 급등 후 오후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습니다. 선거 하나로 주식, 환율, 금값까지 함께 출렁이는 걸 보면 이번 중간선거가 단순한 미국 내부 행사가 아니라는 게 실감 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