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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8% 폭락...반도체만 결국 울었다(미국선거, 반도체, 환율)

by 햇살짱짱 2026. 11. 5.

 

유가 챠트

 

하루 만에 8% 폭락

 

그것도 전쟁 관련 소식 하나에 뉴욕 증시와 국내 증시가 동시에 요동쳤습니다.

시작은 미국 중간선거였습니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주지사 자리까지 모두 과반을 차지하는 이른바 '블루 쓰나미'가 현실이 되자, 트럼프 행정부가 끌어오던 이란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다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 증시 반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는 울고 자동차·금

바이오는 웃는, 완전히 엇갈린 장세가 펼쳐졌거든요.

4일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7.97달러, 무려 8.29% 떨어진 배럴당 88.1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루 사이에 8달러 가까이 날아간 셈입니다.

글로벌 기준 유가로 불리는 브렌트유 1월물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8.98달러, 8.67% 하락한 배럴당 94.62달러로 장을 마쳤는데요. WTI와 브렌트유가 동시에 8%대씩 빠진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보통 유가는 산유국 감산이나 수요 둔화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지표인데, 이번엔 선거 결과 하나에 이렇게 급하게 꺾였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신호에 얼마나 민감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sk하이닉스 로고

 

미국 선거가 왜 기름값을 흔들었나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최소 54석, 하원 최소 237석, 주지사 자리 최소 28석을 확보하며 모조리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상원 44석, 하원 147석, 주지사직 20석에 그치며 참패를 당했습니다.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상·하원을 한꺼번에 가져간 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년 이후 2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이던 텍사스에서도 38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왔다고 하니, 이번 결과가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시장은 이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강해질 신호로 읽었습니다. 관세와 전쟁으로 유가와 물가를 끌어올린 데 대한 반감이 선거로 표출됐고, 이제 의회가 행정부를 더 이상 일방적으로 따라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이란전쟁 종식 전망으로 이어진 겁니다.

 

 

 

반도체만 유독 떨어진 이유

 

국내 증시도 이 여파를 그대로 맞았습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71포인트, 1.82% 내린 5580.09에 출발하며 5600선이 무너졌습니다. 개장 직후 외국인이 781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611억 원, 141억 원을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46포인트, 0.20% 내린 713.49에 장을 시작했습니다. 코스피보다는 하락폭이 작았는데, 이건 뒤에서 설명할 바이오주의 선방 덕분이었습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건 대형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56% 내린 21만 250원에, SK하이닉스는 6.30% 급락한 130만 8000원까지 밀려났습니다. SK스퀘어는 6.90%, 삼성전기는 7.80%, 한미반도체는 5.86%나 빠졌습니다.

코스닥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7.78%, 심텍이 10.16%, 이오테크닉스가 8.72% 떨어지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급등했음에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만 3.13% 급락한 게 그대로 전해진 겁니다.

이유는 민주당의 공약에 있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망 확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현실화되면 반도체 수요의 핵심 축인 데이터센터 투자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 겁니다. 물론 아직 선거 결과가 확정된 것과 구체적 규제가 결정된 건 다른 이야기라,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웃은 종목들, 그리고 환율은?

 

반도체가 흔들리는 사이, 돈은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유가 급락과 미 국채 금리 하락, 민주당 정책 수혜가 겹친 비반도체 업종들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겁니다. 현대차가 6.70%, 기아가 5.43%, 현대모비스가 4.23% 오르며 자동차 그룹주가 일제히 뛰었습니다.

금융주도 크게 올랐습니다. KB금융 5.02%, 우리금융지주 5.60%, 하나금융지주 5.29%, 신한지주 4.06%까지, 4대 금융지주가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 금리 하락 전망이 금융주에는 호재로 읽힌 셈입니다.

제약·바이오와 인터넷 업종도 약진했습니다. 셀트리온 7.00%, 삼성바이오로직스 4.62%, 한미약품 12.40%, SK바이오팜 9.05%까지 뛰었고, 카카오는 9.62%, 네이버는 6.32% 올랐습니다. 코스닥에서도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같은 바이오주들이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습니다.

유가만 흔들린 게 아니었습니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달러화도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까지 내려왔는데요, 이는 미 국채금리 하락과 국제유가 급락이 겹친 결과로 풀이됩니다.

정작 뉴욕증시는 이 모든 불확실성이 한 번에 해소된 덕분에 크게 웃었습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9.40포인트, 3.03% 오른 5만3356.12에 마감했는데, 이 상승률은 2025년 4월 이후 약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국내 증시만 반도체 때문에 홀로 떨떨한 하루를 보낸 셈입니다.

결국 이번 유가 급락은 단순히 기름값 이야기가 아니라, 선거 결과 하나로 환율·금리·업종별 수급까지 한꺼번에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앞으로 민주당의 구체적인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의 희비가 또 한 번 바뀔 수 있어, 당분간은 이 흐름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