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루 만에 이렇게 됐을까
어제까지 멀쩡했던 증시가 하루 사이에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코스피는 장중 3%대 오르다가 순식간에 4% 가까이 빠지고, 나스닥 선물은 2% 넘게 꺼졌습니다.
이게 다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 때문이라는데, 정치 얘기가 왜 내 주식 계좌까지 건드리는 건지 바로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짚으면 이번 급락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미국이 지금 경제 성장을 거의 AI 투자 하나로 떠받치고 있는데, 그 투자가 꺾일 수 있다는 공포가 하루 만에 전 세계 증시를 덮친 겁니다.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고, 특히 텍사스·오하이오·조지아 세 곳의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선거를 전부 민주당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텍사스는 공화당 텃밭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가 상원 의석을 탈환했는데,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상원 선거를 이긴 건 1990년대 초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주지사 자리도 32년 만에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민주당이 실제로 상원까지 다수당이 될지, 다른 하나는 그렇게 되더라도 텍사스 같은 핵심 주에서 데이터센터 규제가 정말 현실화될지 여부입니다. 선거 직후 공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국내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복귀 여부와 반도체 업황 실적 전망이 함께 맞물려야 이번 급락이 단기에 끝날지, 장기화될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선거 후속 보도와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 발표를 지켜보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텍사스·조지아가 왜 중요하냐면, 나스닥, 코스피, 닛케이 얼마나 빠졌나
텍사스와 조지아 두 곳만 해도 미국 전체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건설 프로젝트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 전력망, 대규모 토지까지 걸려 있는 지역이라 주지사가 바뀌면 인허가 속도나 세제 혜택이 통째로 바뀔 수 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는 건 단순합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전력 소비와 지역 부담을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늦추거나 일시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뉴욕주는 비슷한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한 적이 있어서, 텍사스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보통 여야가 권력을 나눠 가지면 정책 변화가 줄어 증시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는 겁니다. 데이터센터 반발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증시가 AI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악재로 읽혔다는 분석입니다.
수치로 보면 체감이 좀 다릅니다. 나스닥100 선물은 2% 넘게 떨어졌고, S&P500 선물은 1.2%, 다우 선물도 0.74% 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기업인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야간거래에서 7% 넘게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쪽 충격은 더 컸습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4%대 넘게 빠지며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고, 한국 코스피는 장중 3% 넘게 오르다가 순식간에 4% 가까이 급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대만 가권지수도 2%대 넘게 떨어졌고 싱가포르 증시는 조정 국면 진입을 눈앞에 뒀습니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내렸고, 달러인덱스도 한 달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전형적인 위험 회피 장세가 하루 만에 펼쳐진 셈입니다.
급락 종목, 반도체가 왜 더 아팠나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던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나란히 하락했고, 오픈AI 지분을 13% 정도 들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한때 7~9%대까지 빠졌습니다.일본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10% 넘게,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밴테스트가 6%대, 도쿄일렉트론이 5%대 떨어졌습니다. 데이터센터용 광케이블을 만드는 후지쿠라와 후루카와전기도 8~9%대 급락했습니다. AI 밸류체인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린 모습입니다.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두고 '데이터센터 건설 모라토리움, 보조금과 세제 혜택 철회'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흥미로운 건 태양광 관련주는 오히려 올랐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의 선전이 재생에너지 정책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나스닥100지수는 이번 선거 전부터도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수가 이번 주까지 벌써 10% 가까이 빠지며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던 참이었는데, 거기에 선거 결과까지 겹치면서 하락 압력이 한층 커진 셈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한 수석 투자전략가는 국채 금리 하락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이번 매도세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AMD와 슈퍼마이크로가 최근 호실적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도 선거 악재를 상쇄할 변수로 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