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밤, 미국 증시 창을 열어본 분들은 다들 눈을 의심했을 겁니다. 하루 사이에 지수가 저렇게 빠질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미국 시엔비시(CNBC)에 따르면 이는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때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라고 합니다.
나스닥, 왜 하루 만에 이렇게 됐을까
S&P500지수도 4.36% 떨어진 7353.73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44% 내린 5만1523.06으로 마감했습니다. 세 지수가 한꺼번에 이 정도로 빠진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중간선거였습니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거라는 우려가 시장을 덮쳤습니다.
나스닥, 지난달 최고치보다 10% 이상 빠지며 조정 국면 진입
전날까지는 반도체 업종에만 머물던 투매(패닉셀링)가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 이후 AI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주도주들의 주가가 연속으로 조정을 받으며 투자심리 자체가 냉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과의 데이터센터 계약을 재검토한다는 소식까지 겹쳤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과 인허가 문제, 비용 증가가 이유로 꼽혔는데, 이 소식 하나가 AI 관련주 전체에 불을 지른 셈이 됐습니다.
이번 폭락의 진앙은 누가 봐도 반도체였습니다. 미국 반도체 대표 종목 30개를 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12.25% 폭락했는데, 전날 3.13% 하락한 것까지 더하면 이틀 사이 15% 넘게 빠진 셈입니다.
진짜 충격은 반도체에서 터졌다, 빠져나간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번 폭락의 진앙은 누가 봐도 반도체였습니다. 미국 반도체 대표 종목 30개를 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12.25% 폭락했는데, 전날 3.13% 하락한 것까지 더하면 이틀 사이 15% 넘게 빠진 셈입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더 생생합니다. 퀄컴은 스마트폰 칩 매출이 예상에 못 미친 실적 발표 영향으로 9.49% 떨어졌고, 암홀딩스도 실적 부진으로 13.08% 밀렸습니다. 마이크론은 대만 공장 건설 중단 소식에 17.46%나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각각 9%대, 10%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AI 열풍을 주도했던 종목들이 거의 예외 없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인 셈인데, 그만큼 이번 조정이 반도체·AI 쪽으로 몰려있던 수급의 되돌림 성격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식에서 빠진 돈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같은 날 미국 국채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국채 선물 거래량도 최근 20일 평균보다 약 40% 많았습니다.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흐름인데, 이 와중에 애플은 2년물부터 10년물까지 75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메타도 최근 5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시장에 내놨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빅테크들이 오히려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을 보면, 시장의 불안감이 단순한 공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거든요.
한국 증시는 앞으로 멀쩡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걱정스런 부정적 시선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5일 13% 넘게 떨어진 123달러대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6일 오전 거래를 마칠 때 전날보다 7.87% 떨어져 하루 가격제한폭(8%)에 거의 닿았습니다. 코스피는 이미 전날 300포인트(5.28%) 내린 5383.8로 마감해 지난 4월 3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보다는 40.9% 낮은 상태입니다.
코스닥지수도 5.11% 내린 678.41로, 600대로 내려온 건 지난 7월 30일 이후 석 달여 만이라고 합니다. 외국인은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넘게 팔아치웠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은 코스피200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를 1조2199억원어치 사들였는데, 같은 기간 가격은 45.36% 떨어졌습니다. 코스닥150 레버리지 상품에도 9413억원이 몰렸는데 역시 48.79% 하락해, 두 상품에 넣은 2조원이 한 달 새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니, 당분간은 지수와 반도체주 흐름을 함께 챙겨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바닥은 어디, 다시 떨어질까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8.18로 약 70% 급등했습니다. CNN의 공포와 탐욕지수도 20까지 떨어지며 '극단적 공포' 구간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숫자만 봐도 지금 시장이 느끼는 불안감이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채 옵션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가 다음 주말까지 더 떨어질 거라는 베팅까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급락이 실제 기업 실적 악화보다는 규제 불확실성에서 온 투매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빅테크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실제로 바뀌는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급락장에서 섣불리 한쪽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숫자가 더 쌓일 때까지 차분히 지켜보는 쪽이 낫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주식 때문에 마음고생했다고 털어놓은 연예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조영구 씨 등이 방송에서 투자 손실을 솔직하게 고백한 적이 있는데, 지금 같은 급락장을 겪는 개인 투자자라면 그 공감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나스닥 폭락의 핵심은 AI 규제 우려와 반도체 투매가 겹친 결과였고, 그 충격이 국채 시장으로, 다시 한국 증시로 번지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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